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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스마트홈] 인공지능 건축설계·견본주택 VR…진화하는 `프롭테크`

전범주 기자
입력 : 
2019-03-21 04: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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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롭테크=부동산+첨단기술
공사현장 드론·AI 수익추정 등
중계서비스 넘어 영역 확장

한국프롭테크포럼 발족
한양건설·큐픽스 등 62곳 참여
사진설명
지난해 5월 영국 런던 비즈니스 디자인 센터에서 개최된 '미래:프롭테크 2018' 박람회 모습.
엄청난 관심과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계적 분석과 과학적 접근이 어려웠던 부동산 시장에서 프롭테크 바람이 불고 있다. '좋은 집 고르려면 발품 팔아야 한다'던 투자 격언도, '부동산은 남과 함부로 섞는 게 아니다'는 말도 이제 점점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프롭테크(Proptech)란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프롭테크는 크게 중개 및 임대, 부동산 관리, 프로젝트 개발, 투자 및 자금조달 등 4가지 비즈니스 영역으로 구분된다. 영국과 미국이 프롭테크 분야를 선도하는 가운데 중국이 최근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중개·임대 영역은 모바일 부동산 플랫폼이 주된 역할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부동산 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타 영역에서도 부동산 플랫폼 적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향후에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은 물론 블록체인 기술까지 활용되면서 프롭테크의 고도화가 진행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부동산이 워낙 큰 시장이다보니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프롭테크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이런 기업들에 몰리는 투자자금도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최근에는 펀드 같은 재무적 투자자뿐 아니라 프롭테크 기업들의 기술을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디벨로퍼나 시공사들의 직접 투자도 나오고 있다.

실제 프롭테크 스타트업인 스페이스워크는 이달 6일 KB인베스트먼트·스톤브릿지벤처스·직방·한양대기술지주 등에서 총 17억원의 투자자금을 유치했다. 투자 유치엔 스페이스워크가 갖추고 있는 '인공지능 건축설계'가 주효했다. 이 기술은 인공지능이 부동산 시세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복잡한 건축 법규를 분석하는 것으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부동산 개발안 도출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좁은 땅을 적은 비용으로 개발해야 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적용할 여지가 크다.

지난해 8월엔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부동산 솔루션 '랜드북'을 론칭했다. 랜드북에서 토지를 검색하면 시세 분석과 건축설계 규모 검토, 개발을 통한 추정 수익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경기도시공사 등 기관의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3D 가상현실 솔루션 기술을 보유한 큐픽스는 지난 1월 에이티넘·스톤브릿지·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 벤처투자사에서 총 6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3D 가상현실 솔루션은 360도 사진으로 공간을 입체적으로 자동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직접 가보지 않아도 실제 공간을 온라인에서 체험해 볼 수 있는 셈이다. 또 3D 디지털 트윈 기술로 현실 속 사물을 컴퓨터에 구현함으로써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결과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투자를 이끌어냈다. 현재는 직방과 손을 잡고 360도 공간의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쉽게 찍어 올릴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스타트업에 투자금이 유입되는 이유는 기성 기업들에서 프롭테크의 현실 적용 가능성은 물론 성장 잠재력까지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국내 프롭테크 시장은 그간 부동산 중개서비스에 주로 한정돼 있었지만, 최근 가상현실이나 인공지능, 드론 등을 활용한 회사들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KB금융지주 산하 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프롭테크 기업 수는 4000여 개, 투자 유치 금액은 78억달러에 이르는데, 대부분은 최근 3년 이내에 이뤄진 성과다. 박성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부동산 산업에도 디지털 변혁이 빨라지면서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 부동산 중개 앱 서비스의 활성화는 부동산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건설업계의 관심이 더해지면서 프롭테크가 부동산 시장의 새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사 현장에 도입되고 있는 드론이나 견본주택 내 VR 기술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분양한 '광주 계림3차 두산위브' '힐스테이트 범계역 모비우스' '타워더모스트 광안 오션스위트' 견본주택에서는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VR·홀로그램 부스가 설치돼 청약을 유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프롭테크 생태계 조성에 뜻을 모은 다양한 부동산 기술 기업들이 손잡고 '한국프롭테크포럼'을 발족했다. 한국프롭테크포럼은 급변하는 부동산 기술 융합 환경의 발전 방향성을 함께 모색하고, 국내 프롭테크 성장과 선진화를 주도하고자 탄생했다.

앞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프롭테크 관련 기관 및 업계와의 교류 협력은 물론 다양한 기술과 경험을 공유해 상호 협력의 기회를 만들고 업계 발전을 함께 도모할 계획이다. 특히 국내의 충분한 기반과 실력을 갖춘 많은 기업들이 세계 무대로 더 과감하게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다.

한국프롭테크포럼은 △부동산정보 서비스 △부동산 개발(디벨로퍼) △공간 공유 플랫폼 △부동산 임대관리 서비스 △부동산 VR 및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분야의 선도 기업들이 참여했다.

직방, 큐픽스, 어반베이스, 스페이스워크와 같은 스타트업을 비롯해 엠디엠플러스, 피데스개발, 우미건설, 한양건설 등 국내 부동산 관련 주요 사업자 62곳이 회원사로 뜻을 함께했다.

포럼 초대 의장은 부동산정보 서비스 직방의 안성우 대표가 맡았다. 안성우 의장은 "프롭테크에 대한 오랜 관심을 토대로 지난 5월 런던에서 개최된 미래 프롭테크 콘퍼런스에 다녀왔다"며 "세계적인 프롭테크 기업들이 디지털화된 새로운 부동산 트렌드를 개척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당시의 소회를 전했다.

[특별취재팀 = 이지용 차장(팀장) / 최재원 기자 / 박인혜 기자 / 전범주 기자 / 손동우 기자 / 정지성 기자 / 추동훈 기자 /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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