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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약 먹지 않고 치매예방·재활까지…`디지털 신약 VR` 뜬다

신찬옥 기자
입력 : 
2019-03-12 0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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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에 치중했던 치매
맞춤 인지재활 가능한
가상현실 서비스 개발

스트레스 심한 스포츠인
긴장감 완화시켜주기도

관련기술 보유 국내기업들
의료기기 인증 근거 만들어
사진설명
#미국 국방부는 '버추얼 이라크'라는 가상현실(VR) 솔루션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환자 치료에 활용한다. 환자들은 VR 기기를 착용하고 전쟁터로 다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게 되며, 연구진에 의해 통제된 상황에서 해당 기억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이를 '지속 노출 치료'라고 한다. 치료 결과 환자들의 PTSD 수치 및 불안과 우울 정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며, 글로벌 기술기업과 대학·연구소들이 VR를 다양한 치료에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작년 9월 피어테라퓨틱스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디지털 신약'으로 허가해 화제가 됐다. 이 앱은 대마, 알코올, 코카인 등의 중독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인정받았다. VR와 스마트폰 앱 같은 디지털 신약들이 환자 치료에 적용되고 있는 사례다. 디지털 신약이란 앱이나 웨어러블, 챗봇, 게임, VR 등 질병 치료에 효과를 보이는 다양한 기술과 기기 등을 말한다. 흔히 'VR 체험'이라고 하면 게임이나 오락을 먼저 떠올리지만, 앞으로는 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훨씬 유용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앞서 예로 든 트라우마 극복은 물론 치매 예방과 인지재활, 스포츠재활 등까지 급속히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인지재활이란 뇌졸중이나 파킨슨병 등으로 마비가 발생한 환자나 치매로 인지능력이 떨어진 사람들이 VR로 특정 상황을 체험하면서 재활훈련을 하는 것이고, 스포츠재활이란 신체 마비 환자들이 VR로 노 젓기 운동, 사이클 등을 하면서 운동능력을 키우는 것을 말한다.

국내 기업들도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디지털 치료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문제는 임상 검증과 판매 허가, 출시 이후 판로 확보다. '디지털 신약'이라는 이름처럼 의료기관과 연계가 필수인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2017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의료 ICT(정보통신기술) 융합 컨소시엄'을 구성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국내 기업들과 협력해 인지·전정·심리재활 등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한 재활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통합의료 관리 시스템과 연계한 '통합솔루션 서비스'를 만든 것이다. 치매 예방 VR 콘텐츠의 경우 전남도 일부 치매예방센터에 납품할 길도 열릴 전망이다.

사실상 치료제가 없는 치매는 예방이 최선이다. 발병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10여 년에 걸쳐 진행되므로 병세 악화를 지연시킬 수는 있다. 초기 치매 증상인 '경도인지장애' 환자 10명 중 8명은 5년 이내에 치매 판정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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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이 치매로 진행되는것을 지연시키기 위한 맞춤형 가상현실 인지재활 서비스 '티온플러스'. [사진 제공 = 휴먼아이티솔루션]
휴먼아이티솔루션은 이런 환자들에게 맞춤형 가상현실 인지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티온플러스(Tion Plus)'를 개발했다. 티온플러스는 호남대 산학협력단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지기능 향상 성능 검증을 실시했다. 일반 노인과 뇌졸중, 편측 무시 뇌졸중을 겪고 있는 환자 총 22명을 대상으로 몰입감을 조사한 결과 약 85%('매우 그렇다' 45.5%, '그렇다' 40.9%)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향후 재활 목적으로 사용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27.3%가 '매우 그렇다', 54.5%가 '그렇다'고 답했다. 최봉두 휴먼아이티솔루션 대표는 "임상 등으로 검증된 자료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여러 여건상 쉽지 않기 때문에 치매예방센터, 종합병원, 요양병원 등을 돌며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VR를 활용하는 재활 관련 기업 모두가 비슷한 처지"라며 "이번 컨소시엄 덕분에 반복학습을 통한 치료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료인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었고, 의료기기 인증을 위한 근거를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티온플러스는 전자부품연구원에서 품질평가 인증을 받았고, 2등급 의료기기로 허가받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련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극심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겪는 스포츠선수들의 불안장애 극복을 위한 VR 심리재활 서비스도 있다. 경기 전에 스마트폰을 장착한 헤드셋(HMD)과 스마트밴드를 착용하고, VR 심리 콘텐츠 체험을 통해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원리다. 토즈가 개발한 '액티브 앤드 힐링 VR' 앱은 스포츠 콘텐츠 외에도 선수의 생체정보를 측정해 긴장을 완화하고 심리적 이완 반응을 유도한다.

위즈너는 어지럼증 환자의 재활을 돕는 VR 전정재활 서비스를 선보였다. 전정신경염, 노인성 어지럼증 등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재활훈련 과정을 가상현실로 구현하고, 흥미롭고 체계적인 재활훈련을 통해 어지럼증을 극복할 수 있는 '벨라비스타(BELLA VISTA)'를 개발했다. 중앙대 이비인후과, 이화여대 목동병원 이비인후과 및 재활의학과 교수진과 협업해 기존 전정재활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치료요법을 가상현실을 통해서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유인케어는 뇌졸중 환자의 일상생활 복귀를 위한 VR 인지재활 서비스 'UIN-VR'를 내놓았다. 뇌졸중 환자 단계별로 전두엽을 자극할 수 있는 맞춤형 전래동화 기반 역할놀이를 제공한다.

이 기업들은 14~17일 나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제35회 국제 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KIMES 2019)'에 참가하는 중앙대 산학협력단의 '가상현실 헬스케어관'에서 만날 수 있다. 중앙대 산학협력단이 총괄 주관한 의료ICT융합컨소시엄에는 중앙대병원, 동국대일산병원, 청담병원, 러스크분당병원, 대한체육회 국가대표선수촌 등이 참여했다. 컨소시엄 총괄을 맡은 김돈규 중앙대 교수는 "VR 콘텐츠가 최근 각광받는 재활치료뿐 아니라 다른 의료 분야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의료ICT융합컨소시엄 사업 노하우를 살려 앞으로도 가상현실 재활 분야에서 중심연구기관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 <용어 설명> ▷ 디지털 신약(digital therapeutics) : 복용하거나 주사하는 전통적인 형태의 약이 아닌 앱, VR, 웨어러블, 챗봇, 게임 등 다양한 종류의 디지털 기술과 기기를 활용해 치료하는 수단.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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