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슝영화제 VR영화 경쟁부분에 출품된 한국팀 세한도 관람부스. /사진=양소희 여행작가
가오슝영화제 VR영화 경쟁부분에 출품된 한국팀 세한도 관람부스. /사진=양소희 여행작가
VR로 세한도를 체험하는 관람객. /사진=양소희 여행작가
VR로 세한도를 체험하는 관람객. /사진=양소희 여행작가
추사 김정희의 정신세계가 대만 영화제서 주목을 받고 있다. ‘세한도’를 완성할 당시의 추사의 심경으로 그의 그림과 글을 VR(가상현실)로 되새겨 볼 수 있어서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대만 가오슝 보얼예술특구에서 개막한 ‘제19회 가오슝영화제’(高雄電影節) VR영화 경쟁부분에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VR 특별전에 참여한 한국팀 세한도가 초청받아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

가오슝영화제는 타이베이 황금말영화제(台北金馬影展), 타이베이 영화제(台北電影節)와 더불어 대만의 유명한 영화제다.


가오슝영화제는 매년 다양한 장르의 단편영화와 VR영화를 선보이는데 올해는 1982년 영화 ‘쿼렐리’(Querelle)를 앞세웠다. 선원이 사랑의 화살을 쏘는 새를 만나 야생적인 사랑이 싹튼다는 내용이며 신화와 현실이 어우러진 초현실을 주제로 한다.

세한도(국보 180호)는 ‘서화일치’의 극치를 보여주는 수묵화로, 우리나라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추사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세한도는 제주도 추사관이나 경기도 추사박물관 등 전시공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오슝영화제에서 만난 세한도 제작팀. /사진=양소희 여행작가
가오슝영화제에서 만난 세한도 제작팀. /사진=양소희 여행작가
반면 VR로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는 한국팀 세한도가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한국팀 세한도 VR 제작은 임한, 음향은 조음사, 조향은 김활이 각각 맡았다.
VR로 체험하는 세한도는 조용한 음악을 배경으로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 추사체 감상은 물론 숲(눈), 바다(물) 등 각 공간에서 사운드와 함께 천천히 느긋하게 감상하도록 설정됐다. 추사가 세한도를 그렸을 당시의 마음상태, 예를 들어 절망감이나 외로움, 쓸쓸함, 고마움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그 공간 안에서 걷고 듣고 보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 사운드는 편안하고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으로 제작됐다. 세한도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조향 아티스트 김활이 개발한 세한도 시그니처 향수는 장무상망(長毋相忘)이다. 장무상망이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서로 잊지 말 것’을 뜻하는데 나무향과 먹향으로 추사의 뜻을 표현했다. 소나무와 잣나무의 향, 그리고 먹을 오랫동안 갈 때 느껴지는 독특한 향은 추사의 당시 심경과 정신세계를 나타낸다.

세한도(歲寒圖)에서 김정희는 언제나 변함없이 의리를 지키는 이상을 강조했다. <논어> 자한편의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栢之後凋)에서 세한도를 떠올렸다. 그 뜻은 ‘겨울이 돼도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의미다.

세한도 제목은 이처럼 사람은 고난을 겪을 때라야 비로소 뜻의 일관성이나 인격의 고귀함이 드러날 수 있다는 뜻을 지녔다. 따라서 세한도 VR 관람은 대만인에게 추사뿐 아니라 한국인의 정신세계까지 알리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한편 가오슝영화제는 오는 27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