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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I소프트웨어·VR콘텐츠…첨단학과로 고졸취업 벽 넘는다

이진한 기자
입력 : 
2019-06-18 17:48:16
수정 : 
2019-06-26 08: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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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발맞춘 직업계高

서울 세명컴퓨터고 학과 개편
3년 넘게 65%대 취업률 성과

`외식경영과` 만든 고명경영고
실습 늘리며 日기업 취업 노려

교육당국 학과개편 지원 확대
91개교 125개학과 500억 투자
◆ 고졸취업 대박람회 25일 개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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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에 있는 세명컴퓨터고는 '4차 산업혁명'이 두렵지 않다.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학과 체질을 바꾸는 '재구조화' 작업으로 활로를 찾았기 때문이다. 유두규 세명컴퓨터고 교장은 "2017년부터 3개 학과를 새롭게 편성하고 차별화된 커리큘럼을 선보이며 3년 넘게 65%대 취업률을 달성했다"며 "올해 3월에는 IBM의 차세대 교육 모델 P 테크를 반영한 '서울 뉴칼라 스쿨'을 국내 최초로 유치하고 신입생 52명을 모집하는 등 활로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졸업생 취업률이 7년 만에 30%대로 추락하며 위기에 봉착한 직업계고등학교가 신산업 분야와 연계한 '산업 맞춤 학과 개편'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정부당국도 직업계고가 실무 중심 교육을 기반으로 체질을 개선해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교로 바뀔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교육부는 지난 17일 500억원을 투자해 125개 학과 개편을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직업계고 학과 개편은 정부의 '고졸취업 활성화 방안' 핵심 정책이다. 산업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미래 신산업 분야, 지역 전략 산업 등과 연계한 산업 맞춤형 학과 개편으로 중등직업교육의 질 자체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당국은 이를 위해 현장 전문가가 직업계고 교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교육 과정 개발이나 실습시설 개선 등 학과 개편에 필요한 기반 마련을 돕겠다고 밝혔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이러한 정책 움직임을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시범사업을 통해 선제적으로 참여한 학교를 중심으로 학과 개편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유두규 교장은 "2017년 현장실습생이었던 고(故) 이민호 군이 불행한 사고를 당하면서 무작정 취업을 장려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우수 기업이 제공하는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수요는 높아졌고, 그곳에 학생들을 보내기 위해서는 직업교육 자체가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명컴퓨터고는 실제로도 2017년 직업계고 재구조화 지원 사업 대상으로 뽑히며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학교는 2016년에 신설한 게임소프트웨어과를 비롯해 스마트디바이스과·스마트콘텐츠과·스마트보안솔루션과를 디바이스소프트웨어과·인공지능소프트웨어과·스마트보안솔루션과로 개편하며 잠재력을 갖춘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었다.

2016년 금융경영과를 외식경영과로 개편한 서울 고명경영고도 위기 극복 우수 사례로 꼽힌다.

당시 정원 52명의 금융경영과 신입생 모집인원이 19명에 그치며 위기를 맞았던 학교는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영역을 새롭게 수용하며 반등할 수 있었다. 한혜승 고명경영고 교장은 "1학년 실습시간을 17시간으로 두는 등 교육과정을 강화하고, 교육부의 '명장공방지원사업' 같은 정부 지원 정책을 적극 활용했다"고 밝혔다.

고명경영고는 학교장이 책임지고 학생들이 입학하는 날부터 모든 활동을 포트폴리오로 제작하는 것은 물론 국내외 유명 기업들과 고졸 채용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도 추진했다.

한혜승 교장은 "작년 서울시교육청 '국제화교육지원사업'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최근에는 일본 일자리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며 "올해 1·2학년 16명을 대상으로 5박6일 일본 연수를 계획했고, 2020년에는 3학년 학생들에게 히사에비스나 가네산사토수산 등 일본 기업에서 90일간 현장실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과 개편을 기반으로 학생들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폭넓게 모색한 사례도 있다. 2016년 게임영상과와 유비쿼터스과를 VR콘텐츠과(게임개발계열로 공통모집)와 IoT과(소프트웨어개발계열로 공통모집)를 개편한 서울디지텍고는 다양한 방과 후 활동으로 학생들의 현장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윤정 서울디지텍고 교장은 "(학과 개편 후에도) 정규수업만으로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며 "교육부뿐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와 국토교통부 등 다양한 정부기관 사업을 유치하며 특기적성과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 해 학생들의 업무 능력을 전문대 수준으로 높였다"고 설명했다.

서울디지텍고등학교는 개편 학과에 대한 인력 양성 유형에 맞춰 차별화된 교육과정 개발에도 나섰다. 채용 연계를 위해 기존에 협약을 맺은 기업들과의 협조 체제를 강화해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를 수급하겠다는 방침이다. 학교는 중소기업특성화고 인력양성사업, 도제학교 등을 운영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해 68%의 취업률을 달성했다.

교육당국은 이러한 모범사례에 힘입어 직업계고 학과개편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당초 100개 학과의 개편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25% 초과한 91개 학교 125개 학과의 개편 사업에 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원이 확정된 학교는 시도교육청의 학과개편 승인절차를 거쳐 2021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모집하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직업계고 학과개편에 총 500억원가량이 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1개 학급 기준으로 약 2억5천만원씩 지원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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