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업체가 ‘보는 VR(가상현실)’을 ‘느끼는 VR’로 바꿔줄 제품을 개발해 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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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부산 부산진구의 콩VR 서면점을 찾은 고객이 VR 장갑 ‘몰리센 핸드’를 끼고 방탈출 게임을 즐기고 있다. 전민철 기자 |
VR 하드웨어 생산업체 ㈜필더세임은 VR 게임방 ‘콩VR’을 운영하는 모션스튜디오와 손잡고 콩VR 서면점에서 인증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24일 밝혔다. 공포물 게임 ‘제물’을 즐길 때 머리에 쓰는 기존 VR 헤드기어와 함께 촉각과 진동까지 느낄 수 있는 VR 장갑을 사용하는 모습을 SNS에 인증하면 된다. 필더세임이 개발한 VR장갑 ‘몰리센 핸드’가 처음으로 일반 고객을 만나는 자리다.
몰리센 핸드는 부드럽고 신축성 있는 액체 금속 소재로 제작됐다. 기존에 VR을 구현할 때는 스틱 형태의 컨트롤러나 딱딱한 장갑을 사용해 불편함이 컸다. 몰리센 핸드는 기능성 디자인과 진동 전달하는 햅틱 기능을 포함해 현실감을 높였다. 자체 개발한 소프트센서 기술을 기반으로 단순 움직임 측정에 그치지 않고 압력 측정, 진동 전달 등의 기능도 추가해 더욱 향상된 몰입감을 줄 수 있는 기기로 주목받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시작한 필더세임은 현재는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부산 VR·AR 융·복합센터에 입주해 있다. 울산 본사와 부산 지사를 둔 13명 규모의 조그마한 회사지만 지난 1월 몰리센 핸드를 출시한 뒤 지난달까지 각종 게임기업과 20건 넘는 계약을 체결했다. VR 콘텐츠를 제작하는 국내 최대 게임업체 스코넥도 VR 유튜버인 캐릭터 ‘초이’의 영상 촬영에 몰리센 핸드를 이용해 더욱 정교한 움직임을 구현한다. 국내 VR 업체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몰리센 핸드는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통해 선을 보였고 내년 1월에도 CES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필더세임 배준범 대표이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소프트 센서 제작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착용형 VR의 시대를 열겠다. 앞으로 다가올 VR·AR, 5G, 웨어러블 시스템의 중심에 서는 지역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몰리센 핸드를 개발하는 과정에는 지역 액셀러레이터 선보앤젤파트너스가 큰 힘이 됐다. 치밀한 준비 기간을 거쳐 3년여 만에 제품이 시장에 나왔고 후속 투자도 준비 중이다. 선보앤젤파트너스 오종훈 대표는 “처음 본 VR 장갑은 학계의 연구 성과라는 느낌이었다. 사업 아이템으로 다듬기까지는 100번 넘게 만나 결과물이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기술을 구현해 낸 곳이 아직 적은 만큼 유망한 아이템으로 시장 가치를 인정받는 등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